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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다윈과 니체의 철학

홈런볼짱11 2022. 8. 18. 12:36

다윈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현대 철학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뉴턴이 근대 철학 전반에 걸쳐 끼친 영향과 비견될 수도 있다. 그런데 현대 철학이 근대 철학의 수정과 반발 그리고 극복의 성격을 띤다고 해석할 때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서 중심축의 역할을 한 니체의 사상을 다윈과의 연관 속에서 검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니체와 다윈의 진화론에서 사상의 출발점을 찾다

니체는 원래 무신론적 실존주의의 원류로 독창적인 사상가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그는 기독교에 대한 격렬한 비판과 반발 그리고 이성적 체계 중심의 그리스적 전통을 극복하려는 혁명적 태도 때문에 서양 철학사의 주류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었다. 더구나 나치 정권을 정당화하는 듯한 권력의지의 개념에 대한 오해로 인해 그의 사상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 철학의 주요 인물 중의 하나인 하이데거가 그의 사상사적 역할에 주목하고 서양 형이상학 역사 전체에 대한 수정 가능성을 니체로부터 찾았을 때 그는 갑자기 새롭게 태어났고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 사조의 새로운 사조를 주도하는 인물로 부각되었다.

 특히 계몽의 변증법을 제시하는 아도르노 그리고 후기 구조주의를 완성시킨 데리다 그리고 차이의 철학을 주장하는 들뢰즈 그리고 새로운 계보학의 창시자인 푸코 등이 그의 사상을 계승하고있다. 그밖에도 니체의 영향을 받은 현대의 철학자들을 우리는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니체가 자기 사상의 출발점을 다윈의 진화론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흄이나 칸트가 뉴턴을 의식하고 평가하며 또 그 역학의 세계를 극복하려 했듯이 니체는 다윈의 진화론적 함축을 주목하며 그것을 아르키메데스의 점으로 삼아 니체 이후의 철학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였다.

 

다윈의 진화론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다윈 이전에도 진화론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종의 본성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윈은 진화론을 입증된 이론으로 승화시켰으며 이러한 인식은 곧바로 철학의 위기로 연결되었다. 다윈이 자연선택설을 통해 진화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 후에야 비로소 철학의 급박한 문제가 된 것이다.

 물론 당시의 철학자 중에서그 문제를 의식하려 들지 않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회피하려는 부류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니체의 반응은 매우 분명하고 단호한 것이었다. 그는 인류가 우발과 우연을 통해 순전히 자연주의적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더구나 그가 보기에 자연선택은 본질적으로 어떠한 형이상학적 함의도 없는 진화 그 자체일 뿐이었다. 따라서 이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전제를 더 이상 견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이란 서적에서 세계의 총제적인 본성은 원한 혼돈이라고 썼다. 이와 같이 그의 근본 사상은 다윈에 한 해석에서 직접적으로 도출된 것이었다.

 만물의 창조주이며 그 질서의 근원으로이해되었던 신이 죽었다는 그의 명제는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었다. 반 형이상학적과 반신 학적인 니체에 의하면 신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개념을 제로 이해한다면 우리 인간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신은 기껏해야 인간들의 정신에 있는 관념에 불과하다. 더구나 현상계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바깥으로부터는 올 수가 없다. 따라서 우주가 파악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내적인 원리에 의해서 파악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파악될 수 있는 것의 일부를 다윈이 해명했다고 니체는 믿었다. 물론 다윈 자신이 진화론에 의해서 신의 죽음이 함축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니체와 다위니즘

그러나 니체가 이해한 다위니즘은 분명히 반형이상학적이고 반신 학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신적인 속성들은 실제로는 동물로부터 전수된 것이다. 인간은 어떠한 의미의 초월적인 것과도 접촉하지 않으며 다른 어떤 피조물과도 결코 다르지 않다.

 그 전까지 신이 우주의 의미이었듯이 인간은 지구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러한 의미의 신이 나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와 지구에는 의미가 없다. 니체에게 다른 다윈주의자들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함축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그는 진화가 올바른 세계상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파멸을 초래하는 세계상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의 철학적 사명을 다윈주의를 참작하면서도 결코 다윈주의에 의해 붕괴되지 않는 새로운 세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것은 칸트가 뉴턴의 세계상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현상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이 존재할 수 있는 선험적 근거를 해명했던 것과 유사하다. 니체는 자기가 처한 상황을 허무주의라고 규정한다. 전통적인 가치와 의미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으며 철학은 플라톤 이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방식으로 하나의 불가해한 우주와 대면하고 있다.

 

세 개의 가설

 플라톤 이후의 모든 철학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은 형이상학적 가정들에 근거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헤라클레이토스와 피타고라스 그리고 소크라테스 등의 입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세 개의 가설은 초인과 힘의 의지 그리고 원회귀 니체가 해석한 다위니즘과 그것이 함축하는 철학적 결론이 모두 옳은 것인지 우리는 별도로 논의해 볼 수 있다. 더구나 니체의 철학 사상을 구성하는 동기에는 반기독교적인 가치관과 디오니소스적인 그리스 문명의 해석 등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다윈의 진화론이 도달한 지점에서 니체의 철학이 출발했다고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윈이 그 중 한 단서를 마련한 것만은 분명하다. 진화론은 신의 죽음과 관계가 있고 그것은 형이상학적 세계가 더는 끼어들 수 없는 실재에 한 새로운 설명을 요구한다고 그는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결국 세 개의 가설을 세운다. 그것은 신 대신 초인과 신의 은총 대신 힘의 의지 그리고 영원한 삶 대신 영원 회귀가 그것이며 이러한 개념들은 모두 다윈적 자연주의의 관점에서 해명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인간은 전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 이와 같이 자연선택의 산물인 인간이 역설적으로 다윈이 과거보다 더욱 자율적이고 존엄한 자아로 존재하기로 요청받게 된 것이다.

 

 

 

출처: 국회전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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