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길러주는 철학 교육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은 왜 사는 걸까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해 여러 분야의 학문이 답변을 제시하고 있으나 철학이야 말로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학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철학의 역할
더구나 현대 사회와 같이 복잡해지고 다양화된 시기에 철학은 더욱 더 그러하다. 그러나 철학은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왜곡된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학생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철학은 따지기만 하는 복잡하고 지루한 학문으로 인식되곤 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무엇보다 철학이 스스로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철학은 철학의 전문적인 영역이나 철학사만이 철학의 전부인 양 제공해 왔다. 따라서 실제로 철학이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실천적인 것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와 같은 일반인들의 철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철학에 선뜻 접근하기 못하도록 가로막는 커다란 걸림돌이 되며 이러한 철학의 왜곡된 모습은 고등학교 철학 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등학교 철학 교육
고등학교 철학교재는 철학사와 철학가에 관한 지식만을 전달하기에 여념이 없고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철학 교수학습법에 의존한 철학수업은 철학교사 개인의 시행착오 단계에 머무르기 쉽다. 학생들은 철학 과목을 입시위주의 다른 교과목과 똑같이 주입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입시위주의 교육의 부작용을 상쇄하고 전인적 교육에 밑거름이 되고자 한 철학 교과의 목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로 드러나게 된다.
이는 철학교육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철학과 철학계의 나태함의 결과이다. 그동안 철학과 철학교육은 철학적 지식들을 좀더 많이 전달하는 것을 철학교육으로 착각해 왔다. 혹은 철학적 사고력과 이성의 강조만이 철학의 전부인 양 과신해 왔다. 그 결과로 철학적 지식은 많이 소유하고 있지만 철학적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철학인의 양성을 스스로 거부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것이 철학교육의 실패를 논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이며 실패한 고등학교 철학교육은 오히려 철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 글은 고등학교 철학교육에 대한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한다. 철학은 실천이고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은 철학적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철학적 태도와 지성을 소유한 사람이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 고등학교 철학교육이 왜 실패하였는가를 묻고 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것을 연구의 목적으로 삼는다.
철학 교육의 올바른 지침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철학교육의 전반에 대한 고찰이 필연적이다. 하나의 교과목이 실제 수업으로 실현되기까지에는 단순히 그 수업을 위한 교수법적인 구상 외에도 철학교육의 목표와 내용 그리고 방법 등이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 글에서는 고등학교 철학교육의 기존의 고등학교 철학교육의 목표와 내용과 방법 등을 고찰하고 지금까지의 지식 중심의 철학교육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철학하는 마음을 길러줄 수 있는 철학교육을 모색할 것이다. 본 글은 대중교육으로서 고등학교 철학교육을 논의의 대상으로 하였다. 이는 고등학교 철학교육이야 말로 철학의 대중화를 위한 본격적인 시작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이미 대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철학을 교육하고 있었으나 이는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간주해야 한다. 따라서 학문으로서의 철학에 대한 논의를 떠나 온전히 대중교육으로서의 고등학교 철학교육을 다룰 것이다. 덧붙여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대중교육으로서의 의미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시기가 우리 사회에서는 성인이 되기 직전의 과도기적 의미를 지닌다. 고등학교 때 학생들은 심각한 갈등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주체성과 확고한 가치관의 형성을 요청받게 된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어느 시기보다 고등학교에서의 철학교육이 절실하다는 인식이 고등학교 철학교육을 논의의 대상으로 선택하게끔 하였다.
철학교육의 필요성
철학교육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은 철학교육이 왜 필요한가 하는 철학교육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학생들은 엄청난 양의 지식을 습득할 것을 요구하는 많은 교과목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때 새삼스럽게 철학이라는 교과목이 운영되는 것은 학생들에게 이중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에는 국민윤리라는 유사한 교과목이 운영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철학의 분야 중 윤리라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철학과 국민윤리를 중복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철학의 교과목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의문이 설명되어져야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철학교육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간략히 국민윤리와 철학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하고자 하는 것 역시 고등학교 철학교육의 필요성을 밝히는 서두로 삼기에 적합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철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앞선 이해가 요구된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우선 철학이 무엇인가를 간략히 보이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고등학교에서 왜 철학교육이 필요한가를 밝혀보도록 한다.
출처: 국회전자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