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니체와 차이의 철학

홈런볼짱11 2022. 8. 23. 10:11

우리 시대는 철학의 증언이 선포되고 철학의 무용성에 대한 담론들이 만연해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철학의 종언을 논한다고 해서 그가 철학의 사망진단서를 끊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단지 얼마 전까지 살아있었던 어떤 철학적 개념들과 많은 사건들을 출현시킬 수 있었던 개념들이 생산적인 힘을 잃었다는 것을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철학적 문제

 이것은 이제 새로운 생산적 힘을 발휘할 우리 시대의 고유한 철학적 문제를 발명해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철학의 종언이란 지나간 시대에 유효했던 철학적 문제가 효력을 상실하고 이제 새로운 철학적 문제의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 또는 전조의 다른 이름이다.

 니체는 아마도 새로운 철학의 흐름을 시작하고 흐름을 확산시키는 가장 기여한 철학자 중의 사람일 것이다. 그는 철학적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모든 철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물이 어느 정도까지 불변적인 성질과 형태를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며 그리고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경우 가차 없이 용감한 마음으로 변화 가능하다고 믿고 인식된 세계를 개선하기 위해 돌진해나가는 것이다. 참된 학자들은 스스로 행동을 통해서 점을 가르쳐주었다.

 

니체의 철학적 기여

 니체는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자신이 상정한 철학적 물음에 답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결론은 사물에는 어떤 불변적이고 동일한 실체성도 없으며 끝없는 생성과 변화에서 차이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니체는 우리가 다양한 사물들의 차이나 사물에서조차 끊임없이 발생하는 차이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차이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그는 공포감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태를 니힐리즘이라고 명명했으며 공포를 극복함으로써 생성과 차이를 긍정하는 과정을 니힐리즘의 자기 극복으로서 이해했다.

 니체 철학이 보여주는 이러한 생성과 차이 긍정의 사유는 우리 시대에 새로운 철학적 문제의식을 정립하고 고유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철학적 시도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은 니체가 니힐리즘 현상으로 규정했던 많은 문제들이 미해결 된 채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니체가 니힐리즘의 결정적 발생요인으로 간주했던 차이에 대한 공포는 점점 더 만연하면서 우리 시대의 지배적 정조를 이룬다.

 

크리스테바의 철학

 J. Kristeva의 다음과 같은 언급은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디어가 죽음에 대한 충동을 증식시킨다. 힘들었던 하루를 끝내고 사람들이 즐겨 보는 영화들을 살펴보라. 스릴러 또는 공포 영화다. 그런 종류가 아니라면 지겨워한다. 우리는 이런 폭력에 사로잡혀 있다. 근본주의 같은 민족주의의 스크린이 이런 폭력적이고 유약한 스크린 앞에 있으며 그것들의 완성관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증오를 오직 타자와 이웃들과 다른 윤리를 가진 집단들에 퍼붓는 것으로 전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특히 폭력과 증오의 경험이 동일성의 정치학의 극단적 형식 안에서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 문명의 커다란 임무는 바로 이런 증오와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에피쿠로스와 키에르케고르가 공포의 극복을 철학의 임무로 강조했듯이 우리 시대의 철학자들에게도 공포와 공포에 비롯되는 죽음과 증오 그리고 폭력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역시 가장 중요한 철학적 임무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니체는 생성과 차이를 철학의 중심 문제로 도입함으로써 이러한 현실 조건 아래 발생한 철학적 과제의 해결에 영감을 준다. 그는 생성과 차이를 긍정함으로써 동일성의 관점에서 자행되던 현실적 억압들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허구임을 드러낸다. 또한 허구의 개인적 메커니즘과 사회적 메커니즘을 발생시키는 근본 감정이 공포에 있음을 밝히고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사유를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니체의 생성과 차이의 긍정은 앞서 그가 말했던 철학자의 중요한 태도인 가차 없이 용감한 마음으로 변화 가능하다고 인식된 세계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다.

 

다른 철학자의 견해

 철학자 가타리가 지적했듯이 사회와 정신과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계가 현실적으로 점점 악화되는 경향을 띠는 것은 객관적인 공해와 오염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좌파가 몰락하면서 우리가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현실의 문제들에 대한 개인과 사회 무지와 숙명론적 수동성이 더욱 강화된 결과이다. 이것은 철학의 영역에서는 사회적 실천이론의 근간을 이루었던 변증법의 논리를 비관하고 해체한 자리를 대신한 구조주의와 탈근대주의에도 책임이 있다.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은 구체적인 정치와 미시정치에 구현되는 인간의 개입이 갖는 의미가 제거된 세계에 우리를 익숙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보편적인 가치에 호소하여 실천이론을 구성하거나 변증법적 실천철학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은 이미 그런 실천철학들의 폐해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이상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따라서 생성과 차이에 대한 긍정을 바탕으로 세계를 개선하는 새로운 실천철학의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니체의 철학은 탈근대 철학의 담론 속에서 종종 오용되기도 하였지만 모든 종류의 실체론적 사유들을 거부함으로써 새로운 실천이론을 구성하는 기여한 바가 크다. 그가 보기에 실체론적인 사유는 단순히 전통형 이상학의 존재론 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과학주의적 사유에서 더욱 강력하게 등장한다. 니체의 과학 비관은 과학주의에 오염된 현대철학의 특정한 경향을 비관하고 새로운 실천이론으로 나아갈 계기를 마련한다.

 예를 들어 현대철학의 형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구조주의는 근대 과학주의가 사회과학에 침투함으로써 발생하는 폐해를 드러내 준다. 구조주의는 개인을 세계로부터 고립된 존재하는 원자로 간주하는 전통적인 개인관과 주체관을 파기하는 크게 기여하였다. 구조주의적 접근을 통해 주체는 주체 이견에 존재하는 모든 사회적 관계망과 구조적 관계망의 생산물로 드러난다. 이처럼 주체를 하나의 생산물로 이해하고 주체를 관계적으로 파악함으로써 구조주의는 서양철학에 새로운 진전을 가져다주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