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철학 개념
칸트의 철학 개념으로서의 철학의 개념은 철학은 무엇일까로 시작된다. 칸트가 보기에 철학은 인간에게 와 인간과 같은 이성적 존재에게 필연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철학은 인간의 본성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은 적어도 소질로서는 모든 인간에게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그 소질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할 소질이라면 그 소질로부터 우리가 끊임없이 형이상학적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고 또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를 그만둘 수 없다면 이것은 불합리하다. 그래서 칸트는 단지 소질로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형이상학적 물음에 대한 답을 우리가 구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구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철학의 의의
여기서 우리는 철학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물음을 살펴볼 필요가 생긴다. 칸트에 따르면 철학은 단순히 우리의 지식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도 아니며 우리의 그릇된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철학은 우리 인간에게 또한 이성적 존재에게 고유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은 인간에게 유익한 것이어야 하지만 인간에게 고유한 목적이 있다면 그 목적에 이바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의 최종목적으로서 수많은 목적을 설정할 수 있고 인간 이성은 궁극 목적을 갖는다. 그러므로 철학은 인간 이성의 궁극 목적에 이바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인간 이성의 궁극 목적이 실천적인 것이라면 진정한 철학은 실천적인 것일 것이다. 순수 이성 비판의 재판 머리말에서 볼 수 있듯이 칸트가 자신의 철학적 의도가 도덕의 구제에 있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에서 칸트의 철학적 목적은 소크라테스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은 그의 스승을 옹호하기 위하여 도덕을 위한 확고부동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초감성적 세계인 이데아의 세계를 상정하였다. 칸트의 견해에 따르면 이성에서 이념을 향한 욕구를 발견한 점은 플라톤이 옳았다. 하지만 진리를 경험 저편에서 초감성적인 영역에서 찾은 점은 옳지 않았다. 이데아를 우리 인식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에 인간 이성은 감성계를 초월해 있어서 거기서는 경험의 지도도 경험의 수정도 받을 수 없는 인식을 탐구를 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사정으로 철학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온갖 참칭을 주저 없이 하게 되었다.
칸트의 비판과 사고
칸트는 철학의 이러한 사정을 여타의 모든 학문에서는 조심성있게 침묵으로 관망하는 사람들도 형이상학적 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학문에 비해 그들의 무식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음을 기화로 대가인양 지껄이고 대담하게 단정한다고 통탄하였다.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을 통해 사고방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혁신적 전략을 시도하였으며 이것은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어 도덕이 정말로 확고한 자리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칸트의 철학의 이해에 근거해서 철학자는 어떤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하는 자인지를 규정해 봄으로써 칸트의 철학 개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려고 한다.
칸트의 철학 개념
칸트에게 있어서 철학은 학문이다. 그러므로 철학자는 학자이다. 학자이지 않으면서 철학자일 수는 없다는 점을 칸트는 강조한다. 칸트로 인해서 그 이후로는 예전처럼 학문적 철저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면서 스스로를 철학자라고 내세우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철학자가 학자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도 하다. 그러나 이 점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칸트에게서는 분명히 보인다. 학자라는 것만으로 철학자일 수는 없다. 단순히 학자에 불과한 철학자를 칸트는 이성 기술자라고 불렀다.
학자임은 철학자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칸트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들이 철학 연구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철학이 학문이라는 점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철학은 단순한 전문 지식이나 특수 기술로 이해하는 견해가 오늘날도 팽배하고 있다.
여기서 칸트의 통찰은 오늘날 철학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반성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철학은 학문이 아니어서는 안 되지만 철학은 단순히 학문이어서만은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학문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로 철학은 체계이다. 이 맥락에서 철학자는 인간 이성의 건축가이다. 철학자는 인간 이성에 주어져 있는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연관지어 인간에게 어울리는 안식처를 마련하는 자이다. 인간 이성에 적합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설계도와 건축 재료를 구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비판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판은 진정한 철학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예비이며 형이상학이라는 건축물의 현관이다. 이런 의미에서 칸트에게 있어서 비판은 철학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비판 없이는 철학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철학은 실천학이다. 이 맥락에서 철학자는 지혜의 교사이다.
철학자는 인간 이성의 목적을 통찰한 자이며 우리의 모든 인식과 이성 사용을 인간 이성의 궁극목적에 연관시키는 자이다. 그러므로 철학자는 지혜를 탐구하는 자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철학자는 단순한 이론가가 아니라 실천을 수반하는 이론가이어야 할 것 같다. 철학은 근본학이다. 이 맥락에서 철학자는 모든 학문의 근거를 탐구하는 근본 학자이다.
철학자의 체계
또한 철학자는 체계를 구축하는 건축가이기 때문에 인간 이성의 본질적인 목적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과학자와 논리학자 그리고 수학자에게 임무를 할당하는 자이다. 학문이 그 근거를 단순히 이론적 측면에서 논리적 완전성에서 찾거나 실용적 측면에서 유용성에서 찾는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칸트의 생각인 듯하다. 학문은 그것이 학문이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보편성을 충족시켜야 하고, 또한 체계이어야 하는데, 논리적 완전성이나 유용성만으로는 이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칸트는 학문의 궁극적 근거를 찾고 있으며, 그것은 이론적 측면이나 실용적 측면에서 찾아질 수 없고, 실천적 측면에서, 인간 이성의 궁극 목적과 관련하여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런데 철학만이 인간 이성의 궁극 목적에 관계하는 것을 본연의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학문은 철학을 통하여 근거를 얻어야 한다. 철학과 여타 학문들의 관계에 관한 이러한 이해는 오늘날의 상황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철학이 과학들에 방향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이 철학을 결여할 때 맹목적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칸트는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국회전자도서관